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
1900년대 이미 전구의 수명은 기술적으로 2500시 간에 달했음에도, 전구 제조업체들은 소비자들의 구매가 자주 발생하도록 전구의 수명을 1,000시간 이 하로 제한하자는 카르텔을 형성함.
1920-30년, 자본주의의 몰락이라고 불리던 미국 대공황 시절, 이를 타개하는 해법으로 제너럴 모터스 회장 알프레드 슬론이 내세운 슬로니즘은 ‘심리적 진부화'로 신제품을 끊임없이 내놓으며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판매 전략임.
Source by 지현영 ⋅ 녹색전환연구소 변호사, ‘ 해외 수리할 권리 동향’
우리는 소비자로서 고쳐 쓸 수 있고, 수명이 긴 제품을 이용할 권리가 있습니다. 바로 수리할 권리입니다. 수리할 권리란 구매한 후 단계의 협의의 소비자 수리권에서 나아가 생산 및 구매단계의 광의의 소비자 수리권까지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Source by 이승진 등,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에 관한 연구’(2022)
수리할 권리는 제품을 고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입니다.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하면 보증기간 내에 수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수리할 권리는 단순히 기업이 제공하는 보증기간 내 서비스 이용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수리를 주체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 인프라, 제품을 제공받을 권리를 모두 포괄하고 있습니다.
1. 수리가 쉽고 수명이 긴 제품을 사용할 권리기업이 수리의 용이성을 고려하지 않고 제품을 제작한다면, 이후 아무리 뛰어난 수리기술과 수리공이 있어도 수리문화는 확산될 수 없습니다. 수리문화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수리가 용이하도록 제품이 설계 및 생산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수리가 쉽고 수명이 긴 제품을 소비자가 선택할 권리우리는 제품을 구매할 때 이 제품이 수리가 쉬운지,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정보를 제공받지 못합니다. 이러한 정보를 제공받고, 소비자가 수리가 쉽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문화가 확산되어야 기업도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제품이 아닌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우선으로 생산할 것 입니다.
3. 수리받을 권리지금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법적 보증기간 내 제공되는 수리서비스’를 뜻합니다. 이와 같은 서비스는 많이 자리잡은 것 같아보이지만 사실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제품이 아닌 경우 수리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거나, 보증기간이 매우 짧아 수리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 등 일상 속에서 수리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4. 수리할 권리법적 보증기간 이후에도, 제품 수명이 다한 이후더라도 생산자는 기술적으로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제품에 따라 구매 후 5~10년 동안 제품 수리의무를 부과해, 부품이 단종되지 않도록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5. 수리 주체, 방식, 업체를 선택할 권리생산기업이 수리 기술을 독점하여 수리 서비스 접근이 어렵고, 비용이 어려워질 경우, 수리할 권리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누구나 수리를 할 수 있도록 수리 정보와 정식부품을 제공받을 수 있어야하며, 소비자가 수리 주체, 방식, 업체를 선택하는 것을 생산기업이 방해하지 못하도록 해야합니다.
수리할 권리는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에서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수리할 권리는 현재 순환경제 핵심 개념으로, 전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권리입니다.
EU에서는 2020년에 발표한 신순환경제계획(NCEAP)안에 ‘에코디자인 규정(ESPR)’과 ‘EU제품수리촉진 공동규칙’을 포함해 생산 및 소비 단계에서부터 수리가 용이하도록 제도 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디자인을 할 때 수리 가능성을 요구, 주기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의무화하고 서비스의 부품 단종 금지 기간 같은 것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품의 기능이나 포장 라벨, 웹사이트, 설명서 등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의무도 부과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선진적으로 수리가능성 등급의무표기제라는 것을 도입하여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로 2021년 1월부터 판매되는 가전제품에는 ‘수리 가능성’ 등급을 의무적으로 표기해야하며, 등급을 부착하지 않을 경우 제조사에 벌금이 부과됩니다. 프랑스는 이 제도를 기반으로 수리가 가능한 제품을 5년 내 6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수리할 권리 운동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전자제품과 소비재 분야에서 수리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해 왔습니다. 2020년 호주 경쟁 및 소비자 위원회(ACCC)는 예비 부품에 대한 접근성 및 수리 정보와 같은 문제에 초점을 맞춰 소비재의 수리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는 2018년 17개 주에서 수리할 권리 법제화 논의가 시작되었고, 2021년 제조사가 지적재산권과 안전 문제를 근거로 A/S 시장 독점 문제가 발생하자 바이든 정부에서 자가수리권 보장을 위한 행정명령을 시작으로 연방거래위원회에 독과점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성명서를 채택합니다. 그리고 현재 2023년 매사추세츠, 콜로라도, 뉴욕 및 미네소타에서 수리에 관한 권리 법안이 통과되었고, 29개 중에서 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수리카페
2009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환경학자이자 기자였던 마르티네
포스트마가 시작한 수리카페(Repair cafe)는 주민들이 저마다 고장난
물건을 가져와 수리할 수 있도록 필요한 도구와 방법을 제공하고,
수리기술을 가진 자원봉사자가 수리를 돕는 공간입니다. 이 수리카페는
전세계에 확대되기 시작하며 2011년 1월,
‘리페어 카페 재단(Repair Cafe Foundation)’이 설립되었습니다.
전세계에서 운영되는 수리카페는 물건을 고치지 못했을 경우 기술자는
해당 이유를 ‘리페어 모니터(RepairMonitor)’란 프로그램에 기록하며,
이를 통해 전 세계 수리 카페에서 기록된 수리된
제품·제품군·수리여부·방법 등을 주기적으로 공유합니다. 또한 이를
통해 소비자와 제조업자에게 어떤 상품이 자주 고장났고, 고장이 잦은
상품을 피하는 방법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Fonder Martine Postma -Photo by Repair Cafe-
2022년 12월 28일, 수리할 권리가 포함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제2조(기본원칙)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사업자, 국민 등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순환경제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2. 내구성(耐久性)이 우수한 제품의 생산 및 제품의 수리
등을 통하여 제품의 수명을 연장함으로써 폐기물의 발생을 최소화할 것.
제20조(지속가능한 제품의 사용)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자는 제품의 지속가능한 사용을 위하여 그 제품이 조기에
폐기되지 아니하고 수리되어 사용될 수 있도록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준수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1. 수리에 필요한 예비부품의 확보
2. 예비부품 배송 기한
3. 그 밖에 제품의 수리에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시행일: 2025. 1. 1.] 제 20조
현재 법안은 법적 보증기간 내에 수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부품 확보와
부품 배송 기한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제품과 수리에 필요한 사항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도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법안이 시행되는 2025년 전까지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수리에 필요한
사항에 제품 설계 및 생산, 수리용이성에 대한 정보제공, 수리 방식 및
업체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내용이 법안에 담길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가 필요한 때입니다. 또한 수리할 권리가 한정된 품목에만 적용되지
않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제품의 범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합니다.
수리는 우리가 많은 것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일깨워줍니다. 기존의
지식은 다시 활성화되고, 현재의 기술 수준에 맞춰지며,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제를 단순히 소비로
해결하는 것은 점점 더 쉬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소비에 의지하게
될수록 우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까지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기업들은 우리가 끊임없이 소비하길 바라고, 소비해도 괜찮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지구는 하나뿐입니다. 한정된 자원의 세상에서 소비에
더이상 의존해서는 미래가 없습니다. 이제 새로운 소비가 아닌 오래
사용하기 위한 권리를 이야기해야 할 때입니다.
미국 소비자 수리 공유 플랫폼 아픽스잇(iFixit ) '소비자 수리 선언' 中